바닥에서 물이 새는
오랜 빌라 202호엔
목이 잘려 배만
보이는 거울이 화장실 벽에
내가 보려 하지
않아도 날 비추지 못해
게으름이란 물때를
가득 머금고 있기에
누가 나를 보는 게 싫어
나마저 나를 보는 게 싫어
실수였어 카메라 버튼이 눌린 건
생사 확인은 전화로
해 영상통환 안 받아
지금은 날 보여주고 싶지 않아
도저히 스스롤 똑바로 볼 수 없어
낳아주신 모습은 대체 어디로
사라진 건지 내 속에 남아있긴 한지
쉽게 얻은 덩치
돌아가는 길은 흡사 미로
와도 같아서 앞이
캄캄해 보이지 않아
도와줄 사람은 있지만
그 누가 날 이해할까
내 아우성은 크지만
주변은 온통 거울이야
떨어지는 빗속에서 혼자 거릴 헤매
우산 속에 내 모습 감춰
이게 편해 더 내려 비야
갈수록 더 높아져 가 날 가두는 담
나에게만 더 냉정해져
날 외롭게 만들고만 있는지
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어
돌아가야 해 태어난 그때로
마침내 현실을 마주하려
거울을 닦아네 몰골이 추해도
그렇게 마주했지 내가
진정 소망하는 것
물려받은 재능을 이렇게
썩힐 순 없어
그래 이젠 날 전부 담을게 오롯이
필요해 내 키보다
더 큰 전신 거울이
내게 어울리게
내가 알던 너는 어디에
묻는다면 걘 이미
거의 반쯤 죽었기에
이젠 찾지 마 나머지 반도 열심히
죽일 테니 내가 뭘 하든지 걍 놔둬
그냥 지켜봐 내 행보
천천히 갈 수도 있겠지 때론
but 멈추지 않고 달려가
더 이상 거울 속
내 모습이 싫지 않아
떨어지는 빗속에서 혼자 거릴 헤매
우산 속에 내 모습 감춰
이게 편해 더 내려 비야
갈수록 더 높아져 가 날 가두는 담
나에게만 더 냉정해져
날 외롭게 만들고만 있는지